서울사회복지사 등반대회,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가 한곳에
작성자: 전진호 전 웰페어뉴스 편집국장
어쩌다 보니 서울사회복지사 등반대회를 2년째 참가했다.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와 서울시사회복지협의회, 서울시사회복지단체연대회의가 공동 주최하는 이 행사는 1년에 한번, 서울의 사회복지인들이 모여 서대문 안산을 한 바퀴 걷는 말 그대로 등반대회다.
사실 등반대회라는 이름의 단체 행사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쉬는 날 꼭두새벽에 일어나 윗사람 비위 맞추며 산에 올라야 하고...
그런데 서울사회복지사 등반대회는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을 받는다.
아마 입구 풍경 때문일듯하다.
올해도 안산 초입에 들어서니 방문객을 가장 먼저 참가자를 반기는 얼굴은 회장단과 사회복지 노조원이다.
회장단이야 시장이 참석하니 의전 차원에서 도열해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서울을 대표하는 사회복지계 리더들이 어떤 의전 없이 나란히 서서 노조원들과 함께 참가 회원들에게 정겹게 인사하며 맞이하는 모습은 늘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목격하는 현장은 기관장이 오면 기관장을 보좌하는 직원이 따라오고, 직원은 그 기관장이 어울릴 수 있는 무리나 자리를 만들어준 후 자리에서 파할 때까지 대기하는 모습 아닐까. 기관장이 해외여행을 다녀와 기관으로 돌아오는 날이니 장대비가 내려도, 퇴근시간이 지나도 대기하다 오는 시간에 맞춰 도열해 마중하는 문화가 여전함을 부인 못할 것이다)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부스를 차리고 홍보물을 나눠주며 독려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시장 참가 행사에 시정에 부정적인 현수막과 피켓이라니! 공무원 입장에선 기함할 일이다. 다른 곳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공무원에 의해 제지당할만한 장면이건만 서울사회복지사 등반대회는 이런 풍경이 문화로 정착해 부담스러워하지도, 어색하지도 않다. 자연스럽게 홍보하고, 시장과 웃으며 사진도 찍는다.
모르긴 몰라도 올해는 더 많은 이들이 참가한듯하다.
메인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가니 미처 못 앉은 이들이 상당하다. 1500명 정도? 서울 사회복지계를 대표하는 3개 단체가 연합으로 주관하고, 비자발적으로 참가한 이들도 꽤 있겠지만 주말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열기다.
아이들에게 인기폭발이었던 솜사탕 선물.
제주에도 연고가 있는 박대신 사회복지사가 재능기부 차 참가해 아이들에게 무료로 예쁜 솜사탕을 만들어 선물해줬다.
서울복지시민연대 회원들도 열심이다.
참가자들과 함께 서울복지시민연대가 주력하고 있는 사업들의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같이 사진을 찍으며 생각을 나눈다. 함께 사진 찍은 참가자는 자연스럽게 서울복지시민연대라는 단체를 알게 되고, 그들이 하는 일에 대해 관심도 가질 수 있게 된다. 단순히 등반만 하는 행사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들을 읽고 나눌 수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메인 행사장은 빈 공간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만원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서울시장을 비롯해 의회 의장, 행사가 열린 서대문 구청장도 참가해 정치적으로도 그 위상이 상당함을 대외적으로 과시(?) 했다.
지루한(?) 인사말이 이어지는 시간들.
재밌던 건 서울시사회복지단체연대회의 조석영 회장의 인사 시간이었다. 보통은 (시장) 부담 느낄까 봐 일부러라도 덕담 수준의 이야기를 돌려 말하곤 하는데 연대회의의 요구 사항을 피력하는 장면은 인상 깊었다. 정치적(?) 감각이 빛을 발하는 순간.
이날의 주연이 시장이라면 조연은 빛나지 않은 곳에서 땀방울 흘린 구성원들에게 돌리고 싶다.
이제는 주빈들과 나란히 앉아있음직한데 여전히 뒤편에서 회원들 뒤치락 하는 분, 원활한 대회 진행을 위해 안산을 세바퀴 돌고 온 실무자, 자발적으로 참가해 기록을 남기고 진행을 돕는 위원회와 회원들.
이런 이들이 리더 뒤편에 서서 든든히 받혀주고 있으니 지금의 위상을 이뤄낸 것 아닐까.
행사가 끝난 후 시장과의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20여 분간 줄을 서는 풍경은 매번 봐도 어색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이런 행사가 열려 도지사가 참석한다고 하면 (도지사 사진이 필요한 이들을 제외하고) 대중들이 줄을 서서 사진 찍으려고 할까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등반대회가 정치적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지금의 사회복지 현장 분위기에서 각양각색의 이들이 모여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드러내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다양한 목소리의 분출, 지금 사회복지계에 가장 필요한 덕목 아닐까. 서울사회복지사 등반대회는 그 하나만으로도 큰 의미를 다한 행사로 평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