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과 트라우마’, 안전하고 활력있는 실천현장을 기원하며...
회장 심 정 원
지난 4월은 제주 4.3항쟁, 4.12부활절, 4.15총선, 4.16세월호참사 6주기, 4.19혁명, 4.20장애인의날 4.22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34주년·한국사회복지사협회 53주년, 마지막날 4.30부처님오신날까지 아픔과 소망, 책임과 약속이 굽이굽이 우리 가슴을 울리는 때로는 차가운 봄날이었고, 때로는 찬란한 봄날이었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19와의 전쟁은 4월에도 이어져 우리 모두 숨죽이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동참했고, 2월과 3월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19의 위협을 우리는 즉각적인 대처와 연대로 잘 극복하고 선전 중이다. 해외의 뉴스를 접할 때면, ‘같은 사건에 대한 대처가 각 나라마다 이리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어려움 속에서도 잘 대처 중인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 다만 여전히 백신도 명확한 치료제도 없는 코로나19의 건강문제에 이어질 경제, 사회, 복지의 문제가 우리에게 큰 숙제로 남아있다.
벌써 3년 전이다. 나는 학교법인이 운영하는 기관의 기관장 자격으로 다학문적인 연계를 통한 복지에 대한 학습의 기회가 주어져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특강을 청강하는 기회가 있었는데, 오늘의 칼럼에서 이대 심리학과 안현의 교수의 ‘재난 심리지원과 지역사회 회복’이라는 주제의 강의 중 일부를 나누고 싶다. 안현의교수는 대구에 있는 대학에서 재직하던 시절 대구 참사 지원 및 연구가 계기가 되어 이후 성매매여성, 세월호 참사 등 재난 트라우마를 연구해오신 분이다.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은 트라우마는 나에게 일어나는 트라우마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지금 나에게 일어나는 트라우마는 무엇인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상황이 다르고,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권력편향이 아닌 전문가의 개입이 중요하고, 협업이 필요하고, 컨트롤 타워가 중요하다는 것, 더불어 재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지역사회의 문제이며, 돕는 실무자들도 같은 처지에 있다는 것. 그리고, 외부전문가보다 그 지역사회를 잘 아는 내부전문가가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소진의 문제 극복을 대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피해자들에 대한 낙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 즉, 심플 트라우마가 콤플렉스 트라우마가 되고 컬렉티브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것. 1차 트라우마가 2차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인권과 사회정의에 대한 관심이 하나의 치료요인이 된다는 내용의 강의다. 다사다난했던 4월을 보내며 이 강의 노트를 다시 펼쳐보게 된다.
지난 4월 8일 서울시 3종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노인복지관·장애인복지관-협회가 회원기관에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업무지원을 위해 50% 내외 현장근무 지원 인력의 명단을 제출을 협조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였고, 이 일에 무리가 따르자 이어 다음 날 서울시가 25개구 자치구 복지관 담당 부서를 통해 자치구와 관할 복지관 간 협의하여 구별 여건에 맞게 조정하여 원활하게 운영하는 것으로 변경사항을 다시 공문으로 안내하는 일이 있었다. 이 일에 대해 사회복지지부 노조에서는 성명서를 발표하였고 웰페어 이슈, 연합신문 등 우려를 표명하는 기사가 이어졌다.
우리 협회 홈페이지 회원광장에도 이 일에 대한 협회의 입장을 묻는 물음의 글이 올라왔고 2천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나쁜 의도로 시작된 일은 아니라지만, 이 일을 실제로 수행해야 하는 여러 다른 지역의 여건과 현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예측이 아쉽다. 긴박한 일정이었던 터라 일관된 대처가 나오긴 어려웠고 협회에서의 각기 다른 현장에 따른 유연성 당부와 협조요청, 사과문 전달, 공공영역에서의 감사의 글 등이 오가며 이 일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지만,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겼다. 좋은 의도의 일이라 할지라도 소통과 협력의 과정이 중요하고, 일선 현장에 있는 실무자들에게는 이런 상황이 존엄과 안전의 위협으로 체감되는 2차 위기와 트라우마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우리는 각자의 아픔을 돌아보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예방하고, 아픈 곳은 싸매며 서로를 돌보아야 할 때다. 돌봄을 수행하는 전문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1차적 질병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넘어 이어 다가올 2차적 트라우마-경제적, 사회적 문제-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폭풍과도 같았던 4월이 지나고 5월을 맞는다. 그동안 아픔을 아는 듯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으로 긴 연휴가 우리를 맞는다. 연휴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우리의 삶이 조금씩 재기 될 수 있기를…. 여러 상처에 대한 힐링의 시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또 틈틈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가까운 분들께 감사의 마음도 표현하며 챙길 수 있기를 소망한다. 특별히 글을 마치며 지난 4월 22일 34주년 창립기념일을 맞았던 서울특별시사회복지사협회 1만 회원님들과 함께 우리 협회의 탄생을 축하하며, 우리 회원님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
“여러분이 서 계시는 지금 그곳이 현장입니다. 여러분의 현장이 안전하고 활력이 넘쳤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도 나와 공동체를 지키고 돌보기 위해 오늘도 저마다의 현장에서 수고하시는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지혜롭게 건강하고 멋진 5월 보내기를 기원합니다.”
(사진 : 2020년 2월 26일 코로나19확산예방을 위한 서울시·서울시사회복지단체연대회의 간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