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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제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 과장

 

국무총리실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난 8월 11일, 중앙과 지방의 사회 보장 사업 간 균형적 발전과 복지 재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 보장 사업 정비 추진 방안"을 의결하고 지방 정부에 권고했다.

중앙 정부의 지방자치단체 복지 축소 추진

정부가 추진하는 정비 대상은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사회 보장 사업 5891개(6.5조 원) 중 유사·중복성이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1496개(1조 원) 사업이다. 여기서 예산을 절감하여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투입한다는 게 정부의 논리이다. 정비 대상 주요 사업은 장애인 활동 지원, 노인 목욕 서비스 등 노인 돌봄, 긴급 지원, 저소득층 국민건강보험료 지원, 노인장기요양 본인 부담금 지원 등이다.

예산 기준으로 사업 영역별 삭감 규모를 보면, 현재 요양·돌봄 영역의 지방자치단체 자체 복지 사업의 예산이 1103억 원인데 이 중 92.1%인 1016억 원이 정비 대상이다. 다른 영역의 정비 대상의 비중은 주거 96.2%, 생계 77.3%, 건강 의료 70.2%, 교육 72.7% 등에 이른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들이다.
 

이번 조치로 약 600만 명이 기존에 받고 있던 복지 서비스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축소된 서비스를 받는다. 기존 사업으로 인해 제도적 지원을 받던 사람들이 복지 사각지대로 내몰릴 것이다. 내 상식으로는 사회적 약자에게 제공하던 복지 예산을 줄여서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투입한다는 발상을 이해할 수 없다.

우리나라 경상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사회복지 지출 비율이 2014년 10.4%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4%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OECD 회원국 중 멕시코에 이어 꼴찌다. 중앙 정부가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려면 턱없이 부족한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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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11월 4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민생 복지 예산 삭감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회원이 인천시의 복지 예산 삭감에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자치단체 복지는 중복 복지가 아니다

서울시의 경우, 서울시 본청 사업 6개와 자치구 사업 118개를 합해 총 124개 사업이 정비 대상이다. 이 사업들에 영향을 받는 시민이 약 87만 명이다. 정비 대상으로 지목된 사업 중 대표적인 것인 '서울형 기초보장제도'를 보자. 이 사업은 실제 최저 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지만 부양 의무자 기준 등 기초 수급자가 되기 위한 법정 기준에 맞지 않아 보호를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 시민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범위는 생계 급여(기초수급자의 2분의 1수준), 교육 급여, 해산·장제 급여(기초수급자와 동일)이다.

이번에 중앙 정부 사업과 동일 목적의 현금성 급여를 지원하므로 중복 사업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지원 내용이 같아도 대상이 다르다. 중복이 아닌데 중복이라 한다. 제도가 있어도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 때문에 보호받지 못했던 '송파 세 모녀'의 죽음을 벌써 잊었는가? 당시 정부가 했던 약속이 이런 것이었나? 이유 같지 않은 이유로 '서울형 기초 보장 제도'를 정비한다는 것은 또 다른 '세 모녀'를 방치, 양산하는 것과도 같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애인 활동 지원 사업도 중앙 정부가 중복 사업으로 지목한 경우이다. 2013년 12월 말 기준 등록 장애인 250만 명 중 타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약 35만 명이다. 그러나 현재 활동 지원 서비스 수급자 수는 6만4000여 명에 불과하다. 특히 중증 장애가 있는 약 15만 명이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 중 40.9%만이 활동 보조 서비스를 받고 있다. 더욱이 만 65세 이상이 되면 노인장기요양 제도 수급만 받게 돼 그만큼 보장 시간이 줄어든다. 중앙 정부의 지원 부족으로 돌봄 사각지대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지방 정부가 자체 예산을 투입해서 서비스 대상을 늘리거나, 서비스 시간을 추가 지원하고 있다. 이것은 중복이 아니다. 특히,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최중증 장애인에게 서비스 시간을 추가 지원하고, 지속 확대 계획을 마련한 지방자치단체도 있다. 전혀 거동할 수 없는 최중증 장애인에게 활동 지원 서비스는 삶의 질을 결정하고, 때로는 생존을 결정짓기도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지켜내는 일은 국가의 책임이다. 그 책임을 중앙 정부가 다하지 못하면 지방 정부가 보완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 정부가 나서서 지방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말라고 하니, 어처구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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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4월 16일 경기도 파주시의 한 장애인 직업 재활 시설을 방문해 작성한 방명록. ⓒ청와대


서울시 자치구가 시행하는 '노인 일자리 플러스 사업'의 경우를 보자. 자치구 지역 노인들이 한 달 동안 일자리 사업에 참여해 월 2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얻는 사업이다. 일자리는 복지관 등에서 급식 배분, 독거노인이 밤새 무탈한지 안부를 확인하는 일,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반찬이나 도시락을 배달하는 일, 초등학교 안전 도우미 등이다.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했다. 폭발적인 수요로 인해 전국적으로 확산하였다. 중앙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 되면서 참여 대상을 기초연금수급자로 제한했다. 기존에 참여했던 노인 중 상당수가 일자리에서 탈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자치구는 기초연금을 못 받는 노인이 노인 인구의 50% 이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역 실정을 고려해서 자치구는 자체 예산으로 기초연금 비수급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노인 일자리 플러스 사업'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전혀 다른 대상에게 지원하므로 중복이 아니다. 그리고 노인에게 일자리는 돈을 버는 수단 이상의 가치가 있다. 자살률 1위, 그 중에서도 80대의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 사회다. 가난했던 조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헌신했던 선배 세대가 자살 고위험군으로 전락해 있는 것이다.

600만 지역 주민 복지 빼앗길 우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기초생활보장 등 받고 있던 복지 서비스에서 제외되거나 축소된 국민이 218만여 명이라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으로 복지의 권리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에 모자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사회 보장 사업마저 정비하면서까지 복지 예산을 축소하려는 것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 이번 정비 방안이 강행된다면 최소한 600만 국민에게, 서울에선 87만 명 시민에게 잔혹한 정부로 기억될 것이다.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정신 차려야 한다. 국민의 한 맺힌 절규와 죽음 앞에 눈 가리고 귀 막고 일방 통행하지 말고 관련 현장의 전문가, 활동가들과 소통하며 대안을 찾아야 한다. 피로에 지친 국민에게는 오늘보다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우리도 복지 국가에 살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하다. 그 필요를 채우는 것 역시 정부의 역할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실정에 맞게 잘 하고 있는 사회 보장 사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권장하고, 재정 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어떻게 도울지를 궁리하는 정부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12일, 전국복지수호 공대위 발족

지난 9월 지역복지운동단체들은 "지방자치제도를 침해하고 지역 복지를 죽이는 정부의 사회 보장 사업 정비 방안을 규탄"하고, "지역 주민들의 사회 보장 수급권을 침탈하는 중앙 정부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국회에 요청했다. 서울에서는 서울시사회복지사협회를 비롯한 사회복지단체 21개가 연대하여 정비 방안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사회복지사와 사회복지시설 직원들을 중심으로 100만 서울 시민 서명 운동을 펼치고 있다. 마침내 12일에 많은 복지시민단체가 연대하여 '전국복지수호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한다. 

국민의 인권을 대변하고 사회복지 실천 현장을 책임지고 있는 수많은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사회 보장 정비 방안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다면 이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응답해야 한다.

 

 

본 글은 필자가 내만복칼럼으로 프레시안에서 게재(2015.10.12)했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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