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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소리
2015.05.29 17:26

안산골 마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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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서울사회복지사 서비스감동실천사례공모대회 가작(9)


우리마을과 주민의 아름다운 변화, 안산골 마을 이야기

 

조승희(이화여자대학교종합사회복지관)



이대복지관마을과 소통하다!


이화여자대학교 종합사회복지관은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 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복지관 1층은 서대문구 충현동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학교 안에 있는 복지관이 학교 학생들을 위한 복지관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찾아오기도 쉽지 않습니다. 높고 가파른 언덕을 넘고 넘어야 도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부설 복지관 이라는 역사에 비해 복지관을 아는 주민이 많지 않았고, 복지관 역시 지역사회에 관해, 주민에 관해 아는 것이 많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지역주민모임살림(우리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가꾸고 함께 이루며 살아간다는 뜻) 실천단의 첫 시작은 복지관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저는 2009이대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했습니다. 당시 좀 더 복지관을 지역에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지원을 받아 마을 공동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어르신 일자리사업을 담당하고 있던 저에게는 조금 먼 이야기 같았습니다. 런데 1년이 지나 인사이동이 있으면서 저에게 이 큰 사업이 맡겨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마을 공동체 사업이 낯설었고, 경험 또한 전혀 없어 매우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제대로 일을 한번 내고 싶은 의욕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약한 분들 역시 일방적으로 받기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소속되어 서로 친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두근두근 가슴이 뛰었습니다.


 

첫 시작은, 무작정 마을로 뛰어들기

 

처음엔 막막했습니다. 주민들을 어딜 가면 만날 수 있을지? 어떤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머리가 복잡하고 겁이 났습니다. 그때 불현 듯 주민들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하면 즐겁게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단한 것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분들이 모여 우리 마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을을 위해 함께할 만한 좋은 일이 보일 것이고, 그 일을 함께 하다 보면 우리 마을에 애착도 생기고 이웃끼리 서로 더욱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마을에서 낮 시간에 함께 모여 이야기를 나눌만한 분은 거의 어르신이셨습니다. 어르신들께서는 대체로 우리 마을에 오래 살아오시면서 마을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계셨고, 집안 살림살이에 대한 지혜 또한 많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이런 활동은 주민 활동을 처음 시작하기에 부담이 없어 더욱 좋았습니다. 그냥 소소한 일상을 편하게 나눌 수 있어 기뻤습니다.


처음부터 주민들이 사회복지사를 반갑게 맞아주신 건 아니었습니다. 마을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 드리기 위해 찾아뵐 때 잡상인 취급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르게 접근해보았습니다. 이미 지역사회에 있는 좋은 주민조직을 찾아보고 만나려 애썼습니다. 첫 활동의 시작은 복지관이 위치한 충현동이었고, 통장님들을 찾아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마침 관장님께서 충현동 주민자치위원회에서 활동하셔서 통장님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주셨고,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러던 중 모든 마을 소식은 알고, 대부분의 지역주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계신 분을 만났습니다. 이웃의 사소한 일들까지 잘 알고 챙기시는 분 덕분에 많은 분들을 소개받았고, 그 분들이 또 다른 분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이 때 만난 분들과 지금까지 인연으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마을 안에서 어떤 분들과 어떤 활동을 하면 좋을지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자, 이런 활동을 진행하고 이야기를 나눌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복지관에서 모이자니 찾아오시기 어려웠고, 지역주민의 집으로 가자니 낯선 이들의 방문을 허락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럽게 마을 안에서 함께 모일 곳을 찾았습니다. 가급적이면 주민들의 삶터와 가까운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함께 모일 공간을 찾기 위해 이번에도 마을 곳곳을 누비며 여러 사람들을 만난 끝에 충현동 자치회관을 활용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주민자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우리들의 공간이었습니다. 당시 민관이 함께 마을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면 좋겠다고 의견을 합의하였고, 이렇게 해서 첫 번째 살림마루(주민과 함께 하는 공간)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주민들을 만날 수 있었고, 관장님께서 주민자치위원으로 활동하셨고, 복지관과 지역복지사업을 열심히 해보려고 하던 때였고, 이렇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진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2010년 우리 복지관이 담당하는 5개의 지역 중 충현동에서 첫 번째 주민모임 활동이 순조롭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동에서 이런 주민모임을 제안할 때도 충현동의 예를 들어 보다 쉽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주민과 만날 수 있는 문턱이 점차 낮아지게 되어 무엇보다 기뻤습니다.



지역주민과 함께 공부하기

 

살림실천단을 모집하여 처음 함께한 일은 공부였습니다. 주민이 모여 모임을 만들기는 했는데 어떤 활동을 어떻게 꾸려갈지, 그리고 이 모임은 어떤 목적으로 이끌어 나갈지를 이야기했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교육을 받거나 책을 찾아보며 주민들의 활동을 기획할 수도 있었지만 계획부터 주민들과 상의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제가 먼저 배운 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함께 공부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처음부터 함께 공부하고 나누는 일이 이런 활동의 바탕을 단단하게 다져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경험 있는 좋은 강사를 초청하여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특히 당시 서울 도봉구에서 활동하시던 이순임 선생님의 이야기가 우리 주민들에게 도전을 주었습니다. 이순임 선생님이 평범한 주부에서 마을 아이들과 책을 읽고 싶어서 모임을 시작한 생생한 이야기가 마음을 뜨겁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공부가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 까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주민과 사회복지사가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 가까워져서 좋았습니다. 자주 만날 수 있어 반가웠습니다. 다양한 주제별로 공부한 덕분에 자연스럽게 생각이 모아졌고, 조금씩 우리 마을 위해 무언가 해보자는 뜻도 모으게 되었고, 이를 함께 이루는 일이 어려울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함께여서 더욱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놀라운 교육의 효과였습니다.

이렇게 주민교육은 3기까지 모집하여 공부했고, 그 과정에서 좋은 분을 더 많이 만났고, 더 많이 친해졌습니다. 공부하면서 마을에서 함께 어떤 일을 하면 좋을지 논의 끝에 환경 보호를 실천하며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살림살이 활동으로 마음을 모았습니다. 주민 모임 대부분이 주부이고 또 어렵지 않게 활동할 수 있고 잘해왔고, 잘할 수 있는살림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모임 이름을 살림실천단으로 정했습니다.(물론 처음 생각한 살림의 의미는 우리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가꾸고 함께 이루며 살아간다는 뜻이었지만 우리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살림의 의미까지 더해져 더욱 다양한 의미를 담게 되었습니다.) 살림실천단의 구체적인 활동을 본격적으로 함께 논의했습니다. 각자가 잘해왔고, 잘할 수 있는 일들을 이야기했고, 그렇게 주민들의 강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어르신은 우리 마을에 제주도 올레길 같은충현 올레길을 만들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 길을 통해 우리 마을 역사를 소개하고 특히 마을 아이들에게 이런 활동을 통해 마을에 애착을 갖게 하자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회의 때에는 직접 마을 지도를 가져와 보여주시며 우리나라 첫 아파트가 우리 마을에 생긴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어르신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활동하는 주민 중 주부를 중심으로 다문화 가족과 함께 하는 비즈공예 강좌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뜨개질 모임이나 천연비누 만들기 모임도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모두 그 활동에 재주가 좋은 분이 다른 이웃들과 함께 강점을 나누며 소통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살림실천단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정기적으로 모여 실천 활동을 논의하였습니다. 평소 자주 만나는 이웃이지만 이런 정기적인 만남을 통해 진지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모임에서 회의를 하는 건 아닙니다. 정기모임은 자연스러운 수다 모임으로 그동안 활동하면서 잘해온 경험을 마음껏 자랑하며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주민모임을 진행하면서 더 좋은 활동을 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가르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제안하고 좋은 분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마중물과 같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문제 중심 NO, 잘하는 것을 직접 실천하다!

 

모임 안에서 어떤 활동을 할지 논의할 때 처음에는 마을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마을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주민들은 마을의 문제를 찾으면서 생활 민원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쓰레기가 많다”, “주차문제가 심각하다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에는 다르게 질문해보았습니다. 우리가 잘해왔고, 잘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보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함께 이야기 나누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생활과 밀접하고 쉽게 해볼 만한 활동으로 살림실천단 활동이 점차 완성되어 갔습니다. 2011년 천연동, 신촌동, 2012년 북아현동, 연희동까지 이런 활동들이 알려지면서 다른 동에서도 비슷한 모임이 이뤄졌습니다. 마을의 특성과 구성원에 따라 활동 내용이 조금씩 다르게 주민의 관심과 역량에서 모임을 시작하기에 어떤 분과 함께하는가에 따라 활동 내용이 다양합니다.


2011년에 구성된 천연동 주민들은 독립문 등에 중국인 관광객이 유난히 많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중국어를 배워보고 이들에게 마을을 소개하는 활동을 하였고 더불어 주부들로 구성되어 EM 원액을 활용하여 실생활의 지혜를 나누었습니다. 충현동을 거점으로 새롭게 자녀들과 함께하게 된 가족봉사단은 한 달에 한두 번 독거어르신 댁에 방문하여 서로를 의지하게 되었고, 마을에서 함께 모은 후원물품으로 바자회를 열어 수익금을 소외된 이웃을 위해 나누기도 하였습니다. 수익금 금액도 컸지만 이들의 조직력 또한 실무자인 저보다 훨씬 체계적이고 생산적이었습니다.


또 경로당 어르신들로 구성된 신촌동 주민들은 명절을 맞이하여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맛있는 전을 나누었고, POP(예쁜 손글씨 쓰기)를 배워 경로당 게시판을 만들어서 다른 경로당에 보급하며 소통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이지만 손재주가 정말 좋으셨습니다.

2012년 인연을 맺은 북아현동 주민들은 음식 솜씨가 좋다는 강점을 살려 한 달에 2, 6가정에 맛있는 반찬과 사랑을 전달해주었습니다. 주변 이웃 추천, 메뉴 선정, 장보기, 반찬 만들기, 배달, 평가까지 알아서 척척 진행되었습니다. 이미 서대문구에서 유명한 환경실천단(이미 오래 전에 조직된 봉사단체모임)을 우리 모임과 연계하여 EM 비누만들기 특강을 열었습니다. 지역 내에서 모르는 분들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조직으로, 우리 모임과도 아주 잘 어울렸습니다.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났고, 그 분들이 또 다른 분들을 만나게 해주셨고, 그렇게 모임이 여럿 만들어지고 확장되어 지금은 다섯 개 동, 일곱 개 모임, 모임 참여 주민이 약 200 여명에 이릅니다. 모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만날 장소 또한 필요했습니다.

2010년 충현동 자치회관에 만들어진 살림마루 1호점과 더불어 2호점은 천연동 주민센터 2층에 마련되었습니다. 적극적인 동장님의 협조로 지역주민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도록 개방해주었습니다. 마지막 살림마루 3호점은 그동안 지역 내에서만 활동하다 보니 정작 이대복지관이 어디 있는지 모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이대복지관이 존재를 더 알려야한다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이대복지관 1층에 마련되었습니다. 단순한 공간이 아닌, 책도 있고 맛있는 음료와 직접 만든 머핀까지 마련된 곳이었습니다. 공간이 생기면서 주민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이 더 많아졌습니다. 시간대별로 카페에 주인이 되었고, 주민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또 나아가 월별로 살림마루DAY를 지정하여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되었습니다. 살림마루 옆에는 콩과 가지, 오이, 고추 등을 심으며 우리들만의 텃밭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지역주민들은 서로 함께 모여 자주 만나고, 진심으로 서로를 생각하게 되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주민의 성장이 점차 마을을 변하게 하였습니다.


 

 복지관이 따로하지 않고 주민들과 연합으로 함께진행하기

 

충현동에는 오래 전부터 주민들이 만들어 온 마을잔치가 있습니다. 살림마루에서 활동하는 살림실천단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마을 잔치를 진행해 온 주민들에게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반가웠습니다. 복지관에서는 사실 따로 마을 축제를 계획하려고 하였으나 그렇게 하지 않고, 마을에서 꾸준히 진행해 오던 그 축제와 함께했습니다. 기존 마을 축제는 주민들의 관심이 적어 고민이 있었습니다. 살림실천단(충현동 외에 5개동이 함께 연합으로 진행)이 직접 기획단이 되어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면서 더 많은 분들이 오셨고, 내용도 다양하고 풍성하게 꾸밀 수 있었습니다. 이는 축제를 더욱 즐길 수 있어 좋았지만 복지관 입장에서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예전에 마을 축제를 진행할 때 혼자 이리 뛰고 저리 뛰며 허둥지둥 준비했던 기억과 잘 차려진 축제에 주민들은 단지 참여만 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니 복지관은 혼자 힘들고, 축제에 주민들은 역할이 없으니 그저 손님일 뿐이었습니다. 주민기획단을 꾸려 마을 축제를 준비하면서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주민들이 기획과 진행은 물론, 정산도 알아서 하시고, 수익도 복지관이 혼자 진행할 때보다 몇 배가 더 늘었습니다. 결과보고서 역시 실무자가 쓴 진행일지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찍은 활동사진과 소감을 담은 일지까지 더해져 보다 실질적으로 평가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페이스북에도 소감을 함께 올리셨고 이것을 그대로 담아 활동 보고서까지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마을 축제를 여러 주민과 함께 기획하면서 우리 마을에 놀라운 재주를 가진 주민이 많이 계신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분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있는 그대로 마을 축제를 구성하였습니다. 여러 활동 모임별로 부스를 만들고, 각 모임 뜻대로 부스의 책임자를 정하여 운영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축제를 위한 준비 위원회를 꾸려 처음부터 함께 논의하며 궁리하였습니다. 직접 홍보지를 만들어 마을에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함께 한 마을 축제의 큰 성과는 주민들의 성장 경험이었습니다. 생각한 걸 나누고 그 생각이 실현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감동하는 분도 계셨습니다. 예전에는 그냥 동네 주민에서, 혹은 복지관에서 후원을 받는 어려우신 분도 살림실천단 활동을 하면서 우리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있고 본인도 무언가 마을에 보탬이 된다는 경험을 하고 나니 무척 자랑스러워 하셨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소속하고 싶고, 사람들과 애정을 나누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어떤 의미 있는, 역할이 있는 존재가 되고 싶어 합니다. 살림실천단 활동을 통해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이처럼 마을 공동체 활동이 의미 있는 이유는 주민이 서로 평범한 이웃으로 만난다는 것입니다. 살림실천단 뜨개질 모임에서 만난 선생님과 학생은 전에는 대상자와 봉사자로 만난 사이였습니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주고받는 사이라면 가까워지기가 쉽지 않고, 일방적인 관계이고, 때로는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그런데 살림 실천단 활동을 하면서 상대방이 잘하는 것을 보게 되고 함께 배우고 나누며 즐겁게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특별한 대상이 아닌 우리는 친근한 이웃이 된 것입니다.



주민과 지역사회에 묻고, 의논하고, 함께하기

 

주민모임을 처음 시작할 때에는 제가 알아서 준비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야 일 잘하는 사회복지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변화 하였습니다. 되도록 작은 일도 주민과 상의하며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편하게 일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부탁하고 여쭤보게 되었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마음이 조급하여 기다리기 어려웠습니다. 당장의 성과를 위해 직접 나서기도 하고, 그렇게 전체를 조정하고 통제하는 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고, 공부하며 믿고 기다리면서 주민이 이뤄가게 돕는 게 더 중요하고, 또 쉬운 방법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부끄럽지만 처음에는 조직사업을 위해, 사업의 성과를 위해 주민을 조직하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주민을 위해, 주민 서로 가깝게 지내는 것을 돕기 위해 만남을 주선하고 활동 거리를 제안하고 논의하고 있습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지역적으로 만나는 주민들의 수가 많아졌고, 분과별 정기모임도 하고, 7개 분과가 함께 모이기도 하며 양적으로나 내적으로도 몰라보게 성장하였습니다. 2013년에는 청소년 봉사단을 이끌어주는 마을의 리더 역할을 하며 새로운 후배들의 성장을 도왔고, 복지관 마당에서 진행된 행사에 사회자가 되기도 하며 이제는 제법 선배로서 모범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또 모든 모임이 한자라에 모이는 날에는 다른 모임을 통해 서로 도전과 자극을 받고 더 잘하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평범한 주민에서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며 이웃과 함께 나누며 리더로 성장하는 이 분들의 모습을 보며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살림실천단의 찬란한 미래

 

살림실천단이 성장하고 발전하면서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고민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주민모임은 결국엔 독립할 수 있는 단계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래도록 공들인 모임을 놓는다는 게 부담스럽고, 솔직하게 무척 아까웠습니다.‘주민모임의 독립이 정말 중요할까? 활동을 지속하지 않는 주민이 서서히 생겨나는데 이들을 계속 끌고 나가야 할까? 모임은 언제까지 지속해야 할까? 모임을 지속하는 것이 과연 좋은 걸까? 가능할까?’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3년 다른 팀으로 부서를 옮기며 4년 동안 함께 한 주민과 함께 한 활동을 마무리하며 서운하기도 하고, 이 모임이 담당자였던 내가 빠져도 잘 지속될 수 있을 까 걱정도 되고 기대도 되었습니다. 하지만 2014년 살림실천단 분들의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활동 아이템을 보며 제가 큰 것을 간과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민 모임은 사회복지사 의해서가 아닌, 주민이 함께 이뤄낸 성과였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담당자가 바뀌어도 단단하게 다져진 모임이니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존중하며 때로는 소박하게 때로는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며 4년 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며 진심으로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단순하고 소박한 모임이 오래갑니다. 사실 우리 지역주민들은 각자 자기가 하는 일이 있기에 이웃과 함께하는 일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뜨거운 마음으로 열정적으로 시작했다가 금세 시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러니 제가 꾸준히 이를 알아주고 제안하고, 살피고 주선해야 하는데 그런 일을 담당하는 이가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모임을 지속하지 못하고 무너지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담당자인 저의 잘못인 거 같기도 하고, 여러 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이 역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흘러 익숙 해지다보면 소원해지고, 각자의 일에 빠지다보면 꾸준히 참여하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비록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더라도 처음으로 돌아가는 건 아닐 것입니다. 이러한 활동이 다른 곳에,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것입니다. 또 언젠가는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여 또 다른 리더가 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만남과 활동이 또 다른 변화를 이룰 것이라 기대합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사춘기를 겪으며 한 단계 성장하듯이 살림실천단 같은 주민모임도 양적인 성장을 거쳐 내적으로 단단해지며 성숙해질 것입니다. 그러면서 더욱 가까워지고 응집력도 강화될 것입니다.


마을 공동체 사업을 하시는 모든 분들께 주민들을 믿고, 함께 의논하고, 서로의 강점을 지지해주며 함께 성장해나가길 감히 제안 드립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배우고 성장하며 마을 전체의 변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살림실천단 분들이 있어 사회복지사로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우리 마을의 아름다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살림실천단 분들의 눈부신 성장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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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서울사회복지사 서비스감동실천사례공모대회 가작(1) 먼저 인사합시다! 김은선(강북장애인종합복지관 사례지원팀) 길을 걷다 휠체어를 타고 가시는 어르신을 보거나 훌쩍 큰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지나가는 어머니들 보면 나도 모르게 시선이 따라간다. 어...
    Date2015.05.11 Bysasw Views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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