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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전문성 향상, 권익증진, 위상 강화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의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 사회복지계 인사들이 작성한 칼럼입니다. 협회에서 격월로 발간하는 서울사회복지사에 게재되고 있습니다.

노숙인 강제퇴거 조치와 복지 : 주거의 복지를 고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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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철(동덕여대 사회복지학과)

 

 

 

지난 2011년 7월, 한국철도공사 서울역이 맞이방 내 “노숙인에 대해 강제퇴거” 시킬 방침을 수립했음이 보도된 바 있다. 이후 ‘야간노숙 금지’라는 말로 표현만 바꾸고, 매서운 추위가 계속되는 지금까지 ‘서울역 내 노숙인.출입금지 조치’를 강도높게 진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서울사회복지사협회를 비롯하여 복지시민단체, 인권단체 등은 서울지역에 밀집한 노숙인에 대한 복지프로그램의 빈약성을 지적하며, 이를 보강하는 것이 우선이지 코레일의 강제퇴거조치는 부적절하다는 점을 강도 높게 지적한 바 있다. 한편으로 이 사건을 통해 노숙인 문제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 ‘노숙인’이 문제인가?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금픔을 훔치거나 위협하는 것은 문제이거나 혹은 범죄이다. 혹은 공공장소에서 지나친 음주소란 행위가 시민에게 불편함을 가져올 수 있다. 이 경우 이 각각의 행동은 사회적 장치를 통해 규제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규제 역시 사회상황에 비추어 적당한 수준과 방법을 채택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성에 의한 규제는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코레일의 조치는 이와 다르다. 역사에서의 음주소란행위에 대해서 단속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노숙인’을 겨냥해서 쫓아내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부적절한 행동의 규제를 넘어 서울역에서 ‘부적절한 사람’을 쫓아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판단은 코레일의 권한이다. 이제는 서울역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내 외모가 지나치게 허름하지 않은가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우리나라는 사회복지에 대한 경험이 모자라 노숙문제를 노숙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리고 사실 이러한 조장을 정부가 (예산절감을 위해) 주도해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일반 시민들도 정보가 모자라고 노숙인에 대한 낙인이 강하다. 음주소란 행위 등에 대한 민원이 ‘노숙인에 대한 민원’으로 표현되는 부분을 코레일이 ‘노숙인 소탕작전’의 근거로 삼는 것은 기만이고 얄팍한 술책이다. 노숙인은 집 없는 사람을 나타낸다. 술을 마시는 노숙인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노숙인도 많다. 집이 없지만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정보가 많은 곳에서 머무르고, 밤에 잘 곳이 없어 그나마 신변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 밤을 보내려는 노숙인이 더 많다. 이번 코레일의 조치는 집 없는 사람은 서울역에 오지마라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노숙’ 문제에 대한 호도

코레일은 노숙인을 일제히 몰아내겠다고 하며, 노숙인은 서울역에서 나와 쉼터나 다른 노숙인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복지부나 서울시와 이 대책들을 협의하고 있으며, 충분한 대책들이 있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노숙인이 ‘분에 넘치게’ 복지서비스를 고르거나 게을러서 참여를 안하는 것이지, 사실 이들이 서울역을 나와서 이용할 수 있는 복지서비스나 자활의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이 아니다.

노숙인 복지현장에 대해 관심을 가진 현장 관계자 중에, 현재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몰아내었을 때, 이들이 모두 공공의 노숙인 복지서비스로 연계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서울역 인근의 상담보호센터의 응급잠자리는 꽉 차있다. 쉼터가 정원미달이라고 하지만 쉼터정원이 비현실적으로 과대설정되어 있다는 점은 몇 년간 이야기되어온 사실이다. 사실상 쉼터나 노숙인 보호시설의 복지서비스는 매우 취약하고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런 여력이 없다. 다른 곳에 근무하는 정신보건전문요원에게 서울역 노숙인 일제상담을 실시하도록 하여 필요한 서비스로 연계하겠다고 했지만, 노숙인에 대한 정신보건체계가 취약하여 현재의 대책방식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점은 지난 10년 간 노숙인 복지현장에서 이미 경험한 바이다.

현재 정부와 지자체, 공공의 영역에서는 노숙문제의 실상이나 심지어 노숙인의 규모 자체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 서울역 노숙생활 대신에 노숙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복지서비스 대안을 만들어둔 것이 결코 아니다. 현재 서울역에서 노숙인을 몰아내겠다고 하고, 이에 대한 후속대책(?)이라며 서울역에서 쫓겨날 사람들에 대해 기존의 정책 프로그램이나 과거 시도했다 실패한 프로그램을 다시 한 번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상 쫓아 내겠다는 것뿐이지 실효적인 대책은 없다.

 

 

○ 주거의 문제, 주거복지를 고민하자

노숙인은 저렴주거부족과 주거비를 감당할 수 없는 빈곤상황에 의해 구조적으로 발생한다. 누가 노숙인이 되느냐의 문제이지 우리나라는 수만명 이상의 노숙인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이 의자뺏기놀이에서 져서 노숙인이 된다. 이들은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 정보도 구할 겸, 집을 대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과 정보공간으로 서울역을 중심으로 한 공공장소를 찾곤 한다. 코레일의 조치는 일단 서울역과 주요공간으로부터 노숙인을 빼내고 이들은 어딘가 눈에 보이지 않는 외곽의 집단수용시설로 보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것 같다. 게다가 이 전근대적 인권침해조치에 대해 시민사회의 반발도 없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숙인 개인의 주취문제, 심지어 테러위험까지 언급해가며 ‘노숙인 개인의 비정상성’으로 문제를 몰아가기 위해 여론호도가 이루어진다.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노숙문제는 본질적으로 주거의 문제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주택과 주거에 대한 욕구는 사회복지가 별로 개입해오지 못했던 영역이다. 따라서 노숙인에 대한 복지도 체계의 구축이 무척 늦었다. 주거욕구가 기본적·일차적 욕구인 노숙인에 대한 복지서비스에서도 주거복지 측면보다는 알코올중독치료서비스, 자활지원, 시설수용 등이 더 부각되곤 한다. 주거복지 용어 자체가 복지계에서 다소 생경한 것이지만 이제 사회복지계에서 주택과 주거의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노숙인 문제 혹은 서울역의 노숙인 강제퇴거 이슈도 노숙인의 주거취약성 맥락 속에서 조망되어야 한다.

 

노숙인복지현장에서는 형평성에 어긋나는 많은 것을 노숙인에게 퍼주자고 하는 것이 아니다. 노숙인의 주거생활을 지원하는 복지서비스가 정비되면 서울역으로 몰리는 노숙인의 수도 크게 줄어들 수 있다. 문제의 선후를 이렇게 잡아가야 한다. 일단 서울역에서 몰아내는 방식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 집을 잃게 된 경우, 서울역에 가서는 안되는가? 어딘가 집단수용시설에 입소해야만 하는가? 마치 마지막 월세를 내지 못하는 순간 ‘등급이 매겨지고’, ‘수용소에 잡혀가야 하는’ 비인간적 사회를 그린 공상과학 영화를 보는 듯하다. 사회적 취약자인 노숙인에 대해 사회적 배제의 압력을 가하는 것은 곤란하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나가는 것이 ‘정의’로운 일이다. 사회복지계에서는 잘못된 개인병리의 편견을 조장하며 노숙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코레일의 서울역 노숙인 강제퇴거의 상황을 계속해서 주시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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